
■ 개요
● 이름: 블랭크(blank)
● 소개
저는 ‘빈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특정 장르에 갇히지 않고
사진, 글, 음악, 미술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작업하는 아티스트입니다.
형식적이거나 가식적인 말 보다는
솔직하고 날것의 느낌을 더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지루한 일상부터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는 짜릿한 순간까지,
제가 느끼고 기록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함을 무기로 삼았습니다.
물론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신인이지만,
예술이라는 시장 안에서 저만의 방식과 감각을 지켜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흔히 다양성을 무기로 삼은 사람들에게 따라붙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 하는 사람치고 잘하는 사람 못 봤어.”
“그래서 정확히 뭘 하고 싶은 건데?”
다양성=애매함 이라고 보는 시선이죠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만 잘하라는 말은
하나밖에 하지 못하던 시대에나 유효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어울리지않는다는 소리죠
애매한 건 제가 아니라,
저를 바라보는 기준일지도 모릅니다.
남들의 입맛을 맞추기보다,
저는 제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 비고
첨부했던 이미지들에 대해 조금 덧붙이자면,
먼저 프로필 사진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위에서부터 초승달, 행성, 궤도 순서로 배치했는데,
막 대단한 걸 의미하진 않아요.
우주에 대한 철학적인 은유 같은 걸 하려던 것도 아니고요.
그냥 제 작업방식을 나타낸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특이하죠?
초승달은 감정이 막 시작될 때의 상태예요.
완전하지도 않고, 뚜렷하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닌.
뭔가가 생기려는 기분 같은 거요.
제 작업 대부분이 그런 기분에서 출발해요.
막 엄청 고심하다가 번쩍!하고 떠오르는게 아니라는 소리죠
다음으로는 행성이에요
행성은 그 감정이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는 상태예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고, 여기저기 튀고,
가끔은 제어도 잘 안 되고요.
그래도 나름의 중심이 있는데
행성은 중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 떠오른것이랑 연관된거나 정 반대의 무언가 처럼
재미있는걸 잔뜩 끌고와요
이것저것 마구마구 끌려와서 조금 지저분해 보이기도 한데
그래도 먼지를 툭툭 털고보면 꽤 봐줄만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궤도는 그 감정들이 다시 구조를 가지게 되는 시점이에요.
어지럽게 흩어졌던 것들이
중심을 따라 궤도를 타고 어느정도 방향성을 가지게 되는데
여기쯤오면 궤도를 타고 도는것중에 소행성같이 작은것들만 쳐내면 돼요
작업의 마무리단계죠
그렇게 완성하고 보면 하나의 항성계 비슷한게 생기게되는데
이게 결과물이 되는거에요
재밌다고 막 써댔더니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그럼 이제 슬슬 작품설명으로 넘어가볼게요
첨부파일2에 올린 눈사람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요
이날은 부모님과 싸우고, 일종의 반항처럼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어요.
평소에 잘 다니지 않던 골목길을 따라 무작정 걷다가,
이 눈사람을 발견했죠.
보통 눈사람 하면 아이들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눈을 굴리는 장면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근데 이 눈사람은 조금 달랐어요.
얼굴도 묘하게 틀어져 있었고,
괜히 어딘가 슬픈 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문득 든 생각은 그거였어요.
아이들의 따뜻하고 순수한 손으로 만든 게
결국은 이렇게 차가운 눈사람이라는 게, 아이러니 하다는 점
그리고 이어서 든 생각은
저 눈으로 그 순수한 아이들을 봄이 오고 여름과 가을을 지나 다시 겨울이 올때까지
버텨서 한번이라도 더 보고싶은데 자신은 그러지 못할걸 아니까
그래서 저런 눈을 하고 있었나 보다, 싶었어요.
사진을 찍고 나서는
그냥 갑자기 마음이 좀 가라앉아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부모님이랑 화해했어요.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이게 이 사진에 얽힌 이야기예요.
‘꿈을 꾸었던 것 같다’는 말이 떠오른 건,
그날의 기분 때문인지, 이 장면 때문인지, 아니면 그 눈사람 때문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이제와서 드는 생각인데 조금 이기적이었던거 같기도해요
눈사람한테 말이에요 갠 아무것도 안했는데 어떤 이상한놈이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기웃거리다가
자기를 막 찍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사라진거잖아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좀 웃기네요
그리고 그 다음은 어른 흉내라는 제목의 사진이에요
일단 상황을 좀 설명하자면,
사진 속에 있는 건 제가 아니고, 모델을 자처했던 제 친구예요.
당시가 아마 17살쯤이었나,
철없던 시절이었죠.
뭐 지금이랑 얼마 차이도 안나는데
그 조금 사이에 엄청 성장한 기분이 들고 저때를 회상하면 왜 저랬을까 싶어요
그 당시에 제가 항상 그랬었듯
그날도 그냥 동네를 걷다가,
즉흥적으로 찍은 사진이에요.
지나가다가 보이는 괜찮은 풍경을 발견하고 주변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주워서 연출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약간 웃기기도 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하네요
그때는 그게 되게 멋있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진 속 표정이나 분위기도 다 계산된 건 아니었어요.
근데 막상 찍고 나서 보니까
진짜 ‘어른 흉내’라는 말이 딱 맞는 사진이더라고요.
되게 애매한 나이에,
괜히 세 보이고 싶고,
진지한 척은 해야겠고,
그렇다고 정말 ‘어른’이라는 단어를 감당하기엔 너무 벅찼던
나이의 그런 감정의 냄새가 나는거같아서
나중에 제목을 그렇게 붙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