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고역 (김성배 희곡집)

누적된 경험의 힘으로 풀어낸 현실의 단면들.
김성배 작가의 희곡집 ‘고역’ 출간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확률’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김성배 작가의 첫번째 희곡집 ‘고역’이 출간되었다.
서울문화재단 ‘2022 첫 책 발간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발간된 이 책에는 2020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인 ‘고역(苦域)’과 2024년 창작산실 문학발표지원 선정작 ‘롤러코스터의 밤’ 등 5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 책 개요

● 책제목: 고역 (김성배 희곡집)
● 글쓴이: 김성배
● 펴낸곳: 일희일비
● 출간일: 2024년 12월 28일
● 쪽 수: 280쪽
● 책 값: 17,000원
● 분 야: 예술 > 희곡

+ 차례

3. 작가의 말
9. 콘크리트 랩소디 – 2014년 대전창작희곡공모전 대상 수상작(원제: 목련상가)
81. 고역(苦域) – 2020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
141. 롤러코스터의 밤 – 2024년 창작산실 문학발표지원 선정작
189.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 2021년 창작산실 대본공모 선정작
253. 확률 –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 작가 소개

김성배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확률’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연극으로는 사회적 사건으로 인해 상처 받은 개인의 용서와 화해의 문제를 주로 다뤘고 [고역],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콘크리트 랩소디] 등이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뮤지컬로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의 삶을 다룬 [목련을 기억하다], 김소월의 시를 통해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다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등이 있다. 현재 제주 김녕의 서점이자 출판사인 ‘일희일비’를 동료작가인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 작가의 말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0년대의 어느 여름이었다.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던진 뒤 무작정 영국으로 떠났다. 그 당시 여러 직장을 전전하던 나의 마지막 직장은 인터넷 스포츠 신문이었고, 그곳에서 축구 기사를 썼다. 국내외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취재를 했고 다양한 선수들과 감독들을 만났다. 당시 축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였고 사실 영국에 간 건 현지에서 프로축구를 실컷 보면서 관련 공부도 해볼 목적 때문이었다.

영국에서 반년 정도 지냈을 때, 웨스트엔드에서 ‘햄릿’을 보게 되었다. “어? 뭐지? 왜 재밌지?”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연극과 뮤지컬을 관람하게 되면서 축구장과는 점점 멀어졌다. 셰익스피어, 체호프, 입센, 아서 밀러,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암스, 앤드류 로이드 웨버, 스티븐 손드하임…… 축구장에서 지상 최고의 즐거움을 얻던 나는 공연장에서 그 이상을 즐거움을 맛봤고, 축구 전문가가 되려던 꿈을 접고 귀국했다.

이전까지는 뭘 하든 싫증을 잘 내는 편이었다. 카페 경영인, 기자, 출판편집인, 콘텐츠 기획자 등으로 일하는 동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만하면 다른 데로 시선을 돌렸다. 주위 사람들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일에 발목이 잡히기라도 할 듯 도망쳤다. 하지만 영국에서 돌아온 뒤 한참이 지나 극작가가 된 이후로 지금까지, 믿어지지 않게도 계속해서 같은 일을 해오고 있다. 나를 거쳐 간 몇 개의 노트북컴퓨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로스팅된 커피…… 그 안에서 인물들이 생겨나고 대화를 나누고 드라마를 만들어 나간다.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도 썼고 예정되어 있지 않아도 썼다. 이런저런 어려움 때문에 때로는 이렇게 계속 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어떻게든 살아졌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지금의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어떻게든 이렇게 살 수 있는 건 내 힘이 아니라 주위 친구들의 도움 때문이라는 걸. 공연을 하면서 친구가 된 몇몇 작가들, 연출가들, 작곡가들, 배우들, 공연 스태프들이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는 나를 다독이며 아직 여기 남아 있게 해준다는 걸. 사람의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니 앞으로 내가 계속해서 지금의 일을 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따금 상상한다. 오지 여행가가 되어 낯선 곳을 헤매고 있는 나, 셰프가 되어 사람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고 있는 나, 유랑극단의 악사가 되어 순회공연을 돌고 있는 나를. 그 예측할 수 없는 가능성이 멀기만 한 걸 보면 아직은 여기, 지금의 일을 하고 있는 나이여야 하는 모양이다.

다섯 편의 희곡들로 이번 책을 묶는다.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한 편 한 편에 나의 진심이 담겨 있다는 건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동네 고양이들, 팔 년 동안 함께 살아온 고양이 고작가, 그리고 그 동안 내 곁을 지켜준 친구들, 가족들, 특별히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2024년 겨울, 제주 김녕의 출판사겸 서점 ‘일희일비’에서

+ 책 속으로

생존자1 : 사람들은 그러더군요. 적당히 하고 떠났으면 그런 일은 없지 않았겠냐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어떻게 떠나죠? 그곳이…… 삶이었는데. (긴 사이) 다시 가본 적 있냐고요? 딱 한 번, 버스를 잘못 탔다가 그 앞을 지나갔었어요. 콘크리트 건물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더라고요. 그 때 깨달았죠. 그 누구도 우릴 기억하지 않겠구나…….
—「콘크리트 랩소디」중에서

상요 : 그래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짧은 사이) 우리 모두…… 타인에게 배척이 아닌 받아들임의 언어를,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물론 저도 압니다. 인간이 인간을 감싸 안는 게 얼마나…… 허약한 마음에서 출발하는지를.
—「고역(苦域)」중에서

동익 : 그래, 형을 부러워했던 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었겠지. 난 여길 좋아했어. 겨울을 지나 봄에 포도나무마다 삶의 기운이 움트고 여름에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맺혀 수확날을 맞이할 때면 참다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충만감이 들었어. 아름다운 건 다 여기 있다고 믿었어. (허탈하게 웃으며) 근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 난 실패했어.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중에서

+ 연극 ‘고역’ 배우 인터뷰 (2020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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