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은 개인전 │ 지금, 여기

청주 갤러리원 A관 김다은 개인전

갤러리 원 청주점에서 김다은 개인전이 전시 진행됩니다.
02월 23일부터 03월 07일까지 연중무휴 전시 진행되오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김다은 작가노트]

어느 순간부터 삶의 속도가 나에게는 조금 빠르게 느껴졌다. 해야 할 일은 늘어났고, 하루는 쪼개지듯 지나갔다. 분명 바쁘게 살고 있는데도 무엇을 했는지 또렷하게 남지 않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특별히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유 없이 지쳐 있다는 감각이 마음에 남았다. 더 잘해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래 숨을 고르지 못한채 살아왔다는 피로에 가까웠다. 이번 전시 〈지금, 여기〉는 그런 상태에서 시작되었다.무언가를 새롭게 말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잘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따지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어떤 상태로 서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아날로그 시리즈와 콤마 시리즈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지만, 모두 지금 여기에 머물 수 있는 감각을되찾고 싶다는 하나의 마음에서 출발한다.아날로그 시리즈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여유를 잃어가던 나 자신의 상태를 마주하며 시작되었다. 손가락의 가벼운 움직임만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감정마저 빠르게 소비되는 환경 속에서 편리함과는 별개로 마음이 점점 비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속도를 바꾸거나 애써 다른 방향을 찾기보다는, 잠시 숨을 고를수 있는 시간과 감각을 곁에 두고 싶어졌다. 그 선택이 나에게는 아날로그 기물들이었다.카세트테이프, 필름 카메라, 타자기는 빠른 결과를 약속하지 않는다. 손으로 직접 다뤄야 하고, 기다림이 자연스럽게 포함되며, 과정 없이 완성되는 일은 없다. 이 사물들은 특별한 의미를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천천히 다뤄야만제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들이다. 나는 이 사물들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려 하기보다, 내가 잃어버렸다고 느꼈던 감각—느림, 기다림, 여백—을 다시 화면 안으로 불러오고자 했다.작업은 늘 천천히 이어진다. 색을 올리고 나면 바로 덧칠하지 않고, 잠시 두었다가 다시 손을 댄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면 색은 자연스럽게 깊어진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결과를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더 마음이 가게 된다. 화면에 남는 것은 색이지만, 그 안에는 그 시간을 보내며 쌓인 나의 속도와 상태가 함께남아 있다. 이 시간은 완성으로 가기 위한 단계라기보다, 내가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에 가깝다.콤마 시리즈는 보다 직접적으로 내 감정의 상태를 드러낸 작업이다. 어느 날, 바람이 빠진 채 주저앉아 있는 유니콘튜브를 보며 그 안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작은 자극에도 쉽게 가라앉을 것같은 상태. 유니콘 튜브는 그렇게 나의 자화상이 되었고,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연약하지만 다시 부풀어 오를 수 있고, 가라앉지만 또다시 떠오를 수 있는 존재다.그림 속 유니콘 튜브는 특정한 장소에 고정되지 않는다. 때로는 자연 오브제들 사이에 놓여 있고, 때로는 아무것도없는 공간에 홀로 떠 있다. 이 자연의 요소들은 배경이나 장식이 아니라, 감정이 머무는 환경에 가깝다. 말로 정리되지 않은 마음의 상태, 설명되지 않은 감정의 결들이 그 안에 함께 놓여 있다. 나는 이 장면들을 어떤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일상 속에 스며 있던 감정의 풍경처럼 다루고 있다.이시리즈에서 말하는 ‘쉼’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휴식은 아니다. 그것은 끝이 아닌, 계속을 위한 잠시의 멈춤이다. 문장에서 쉼표가 문장을 끝내지 않듯, 이 쉼은 삶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다만 속도를 늦추고,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여백을 만든다. 그림 속 유니콘 튜브는 무언가를 이룬 순간도, 새롭게 출발하는 장면도 아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며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에 가깝다.아날로그 시리즈와 콤마 시리즈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지만, 결국 같은 지점을 향한다. 우리는 너무 자주 ‘다음’을 향해 현재를 흘려보내며 살아간다. 이 작업들은 그런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지금 이 자리에 머물 수있는 감각을 다시 건네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설명이 아니라, 지금의나를 돌아보기 위한 자리다.나는 관람자가 이 작업들 앞에서 잠시 멈춰 서기를 바란다. 느리게 쌓인 색을 바라보거나, 조용히 떠 있는 유니콘 튜브를 마주하며 각자의 속도로 숨을 고르기를 바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기를 바란다. 지금 나는 어떤 상태로 이자리에 서 있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이그림들이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작은 쉼표가 되어, 지나쳐 온 감정과 감각을 다시 불러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지금, 여기에서

■ 전시 개요

● 일정 : 2026.02.23 (월) ~ 2026.03.07 (토)
● 관람시간 : 11:00– 20:00 / 연중무휴
● 주소: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81번길 63. 1층 갤러리 원
● 이메일: ga*********@***er.com
● 문의 : 갤러리 원 (☎ 043-221-5985 )

* 자료제공: 갤러리 원

■ 공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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