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든 규칙
우리가 누리는 평온한 일상의 이면에는 수많은 규칙의 그물망이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 질서 안에서 우리는 무질서의 공포로부터 보호받지만,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한 렌즈를 잃어간다. 타율의 질서가 우리를 시스템의 부품으로 만들 때,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무기력함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감각은 곧 자신이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느낌으로 번지고, 그 무가치함은 다시 무기력함을 깊게 한다.
전시 《내가 만든 규칙》은 이 순환 앞에서 멈추지 않는 세 작가의 실천을 한자리에 모은다. 이들은 무가치함을 부정하거나 가리는 대신, 그것을 정면으로 응시한 채 스스로에게 아주 작고 단단한 규칙 하나를 부과한다. 그 규칙은 거창하지 않다. 쓰는 것, 이해하려는 것, 기다리는 것.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규칙 안에서 움직일 때, 인간은 비로소 타율의 질서가 빼앗아간 자신만의 렌즈를 되찾는다.
규칙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행동의 지침을 세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무가치함이라는 감각 앞에서도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작은 힘이며, 세상이 부여한 의미가 아닌 스스로 길어 올린 의미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 강석호 Sukho Kang (b. 1980)
강석호는 인간이 지식과 정보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그리고 그 인식이 얼마나 습관적이고 고정된 것인지를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구조물과 그것을 해체하거나 변형시키는 타자적 힘을 교차시킴으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계의 질서를 낯선 각도에서 다시 보게 한다. 그는 작가로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자리를 자처하지 않는다. 대신 조건을 설계하고 과정을 관찰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작품으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창작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묻는다.
◎ 남다현 Dahoon Nam (b. 1995)
남다현은 의도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반복적인 수작업과 현대미술 제도에 대한 풍자적 개입을 통해 노동과 자본의 교환가치를 질문한다. 일상적인 소비재와 익숙한 전시 형식을 활용한 그의 작업은 겉보기에 어설프고 유쾌해 보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점점 벌어지는 노력과 보상의 간극을 드러낸다. 노동소득이 자본수익을 따라갈 수 없는 구조적 불균형, 그리고 예술의 가치가 점점 더 유동적이고 복제 가능한 것이 되어가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짚어내며, 미술 작품의 가치가 시장 안에서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며 정당화되는지를 관람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 허창범 Changbeom Heo (b. 1993)
허창범은 현대 사회에서 정보와 개체가 유통되고 인지되는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괴리에 주목한다. 그는 우리가 세계를 인식할 때 객관과 주관이 어떻게 혼재하며 작동하는지를 탐구해오며, 단편적인 정보들이 하나의 서사와 구조로 조직되는 과정을 화면 위에 중첩된 사건과 관계의 형태로 풀어낸다. 빠른 판단과 즉각적인 해석이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그의 작업은 느리고 집요한 이해의 태도를 유지한다.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그 불가능성 앞에서도 멈추지 않고 관계와 맥락을 추적하려는 것 — 그것이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윤리이자 미학이다.
■ 전시 개요
● 전시명: 내가 만든 규칙
● 일정 : 2026. 5.16.(토) ~ 6. 6.(토)
● 관람시간 : 10:00 – 18:00
● 주소: 서울 중구 창경궁로5다길 18 3층. PS CENTER
● 이메일: co*****@********rp.kr
● 홈페이지 : https://ps-center.kr
● 문의 : 02-6956-3501
● 주최 : CENTER Corp.(센터코퍼레이션)
■ ⟪내가 만든 규칙⟫ Opening Reception
● 일시: 2026. 5. 16. 토요일 16:00
● [RSVP] https://forms.gle/RKBeo9VXEkBX1ry59
* 자료제공: 센터코퍼레이션
■ 공간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