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Before / After

도쿄 비포 / 애프터 TOKYO Before / After
이이자와 코타로 (사진평론가, 본 전시 기획자)

도쿄가 일본의 수도이자,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인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일 것이다. 도쿄도 및 사이타마현, 치바현, 가나가와현을 아우르는 도쿄권(수도권)의 인구는 3천만명을 넘기고 있으며, 세계 최대 수준의 거대 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쿄는 어떤 도시인가?」라는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쿄는 굉장히 넓고, 중심지도 변두리도 명확하지 않다. 우에노, 신주쿠, 시부야, 이케부쿠로, 그리고 그 주위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요코하마, 가와사키, 치바, 오오미야 등은 모두 각각 그 자체로 충분히 독립적인 도시로서 기능하고 있고 규모도 작지 않으며, 경계가 뚜렷하기보다는 서로 이어져 있다.
공간적으로뿐만 아니라 시간적, 역사적으로도 도쿄는 꽤나 정돈되지 않은 도시이다. 1868년 메이지유신에 의해, 도쿠가와 쇼군 가문이 통치하는 막부의 소재지였던 에도는 도쿄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메이지시대 이후의 정치・경제 개혁으로 일본은 근대 국가로 거듭났지만, 도쿄에는 그때까지도 에도시대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었다. 그 후 1923년의 관동대지진, 1940~45년의 태평양전쟁 공습, 전후 고도 경제 성장기의 부동산 투자와 개발 등으로, 도쿄의 거리와 풍경은 크게 변화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한 도시 계획에 의한 변화는 아니었고, 이른바 자연 발생적인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도 도쿄는 과거・현재・미래가 뒤섞인 혼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쿄는 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끊임없이 성장하고, 탈피하고, 변신하고 있다.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산시로』(1908년)에서 당시 근대 도시로의 정비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던 도쿄에 대해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모든 것이 또한 동시에 건설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썼다. 이러한 소세키의 감상은 지금도 여전히 통용된다. 파괴와 건설의 동시 진행은 더욱 가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의미부여를 무력화하는 듯한 이 거대한 카오스를, 멀리서 큰 그림으로 파악하고 묘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다만, 객관성과 주관성을 모두 갖는 사진이라면, 굉장히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850~60년대에는 요코하마에 주재하고 있던 외국인 사진가나, 그들로부터 기술을 습득한 일본인 사진가들이 에도에서 도쿄로 변모하는 과정을 촬영하고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도쿄는 일본의 사진가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피사체가 되었고, 긴 세월에 걸쳐 다양한 각도에서 두터운 층의 사진 스타일이 형성되어 왔다. 그 「도쿄 사진」을 재조명함으로써 다면적인 얼굴을 가진 도쿄의 모습을 새롭게 드러내 보고 싶다. 이를 위해, 본 전시에서는 1930~40년대의 도쿄를 찍은 사진가들의 작품을, 2010년대 이후의 사진과 대비하여 2부 구성으로 소개하기로 한다.

1부에서 소개하는 것은 사진잡지 『고가(Koga, 光画)』에 게재된 사진, 나토리 요노스케가 주관하고 닛폰코보(Nippon Kobo, 日本工房)가 기획하여, 국제문화진흥회가 발행한 사진첩 『닛폰(NIPPON, 日本)』, 당시 아마추어 사진가였던 구와바라 키네오가 도쿄 도심을 촬영한 스냅샷 등이다.
『고가』는 1932년 5월, 사진가 노지마 야스조, 나카야마 이와타, 기무라 이헤이가 함께 창간하였다. 2호부터는 이나 노부오가 합류하여, 1933년 12월까지 모두 총 18권이 간행되었다. 『고가』는 이 시기의 사진가들의 작풍이 회화적인 「예술사진」으로부터 모더니즘적인 「신흥사진」으로 변환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잡지였다. 창간멤버 외에도, 이이다 코지로, 사쿠마 효에, 호리노 마사오 등이 합류하여 관동대지진 이후 철과 콘크리트, 유리로 이루어진 「모던 시티」로 변화하고 있는 도쿄를 소재로 하여, 실험정신 넘치는 사진을 발표하였다.
닛폰코보는 나토리 요노스케를 중심으로 1933년에 설립되었다. 1934년에는 해외 독자를 대상으로 한 문화선전잡지 『NIPPON』을 창간하고, 나토리가 독일에서 배워온 보도사진의 이념과 기술을 실천하고자 하였다. 불교 경전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제본의 사진첩 『닛폰』은 1938년에 간행되어, 일본 각지의 문화, 자연, 상업과 공업, 사람들의 일상생활 등의 사진이 포토 몽타주 기법으로 조합되어 있다. 사진은 나토리 이외에도 기무라 이헤이, 도몬 켄, 후지모토 시하치가 촬영하였고, 디자인은 닛폰코보의 구마다 고로가 담당하였다. 도쿄를 촬영한 사진 파트에서는, 전통문화와 근대생활이 역동적으로 융합되어, 놀라운 시각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구와바라 키네오는 1931년 경부터 자택 근처의 도쿄 구 시가지, 우에노, 아사쿠사 근방을 촬영하기 시작하였다. 1934년에는 그토록 동경하던 라이카 C-Type을 손에 넣게 되었고, 그의 촬영 반경은 한층 넓어졌다. 시종일관 구와바라 개인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던 그의 스냅샷은, 점차 표면적인 화려함과는 반대로 군국주의적인 양상이 심화되기 시작하던 당시의 사회 상황을 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빛과 어둠의 교차점이야말로 오늘날 도쿄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부에서 소개하는 것은 아라키 노부요시, 모리야마 다이도, 니나가와 미카, 사토 신타로, 아리모토 신야, 하야시 나츠미, 다이후 모토유키, 고바야시 켄타의 사진이다. 이들은 세대도 작풍도 상당히 다르지만, 각각 도쿄를 큰 테마로 하여 작품을 발표해왔다.
아라키 노부요시는 오늘날 국제적으로 가장 지명도가 높은 일본인 사진가 중 한 명일 것이다. 에로스를 전면에 내세운 그의 사진은, 세계 각지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간행된 사진집의 수만 500권에 육박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라키 스스로가 태어나고 자란 도쿄에 내재된 죽음의 기운(타나토스)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Tombeau Tokyo」(2016년) 시리즈는 그야말로 그 계보를 잇는 것으로, 도쿄를 「무덤」으로 보는 발상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아라키 노부요시와 함께 1960년대 이후의 일본 사진 표현을 견인해 온 인물이 모리야마 다이도이다. 그는 거리를 배회하면서 온몸을 안테나로 삼아 촬영하는 스타일을 철저히 고수해왔다. 2015년에 간행된 사진집 『개와 망사 스타킹』에서 그의 수법은 세련됨의 극치에 이르렀고, 다양한 사물이 엮어 만드는 질감의 집합체로서의 도쿄를 포착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와 망사 스타킹』에 수록된 모든 이미지를 벽지 패턴처럼 재구축하는 인스털레이션이 시도된다.
아라키와 모리야마의 뒤를 잇는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 니나가와 미카이다. 1990년대에 일제히 등장한 여성 사진가들 중에서도 그녀의 인기는 단연 두드러진다. 상업사진부터 자화상까지 폭넓은 작품을 계속해서 발표해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도쿄에서 몸부림치는 기괴한 인물들에 초점을 맞춘 「Tokyo Innocence」(2013년) 시리즈에 주목하였다. 남성과 여성, 인공과 자연, 허구와 현실의 경계선 위를 오가는 모델들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의 ‘오타쿠’ 이미지를 인용하여, 활인화(tableau vivant, 살아 있는 사람이 분장하여 정지된 모습으로 명화나 역사적 장면 등을 연출하는 것)를 연상시키는 사진으로 포착하고 있다.
거의 같은 세대인 사토 신타로와 아리모토 신야는 각각 독특한 각도에서 도쿄를 테마로 작품을 발표해왔다. 사토의 「도쿄 스카이 트리(Risen in the East)」(2011년)는 2012년에 완성된 도쿄도 스미다구의 전파탑인 도쿄 스카이 트리의 건설 과정을 따라가며 사진으로 담은 작품이다. 634미터나 되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타워의 등장은, 전통적인 풍경이 남아있던 도쿄 속 구 시가지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사토는 화면을 가로로 연결하는 파노라마 사진 기법을 구사함으로써, 도쿄라는 도시의 기억을 스카이트리를 기점으로 재편성하고자 하였다.
아리모토 신야는 2006년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ariphoto」라는 이름의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위험하고 수상한 장소로 알려져 있는 신주쿠 가부키초 부근을 중심으로 촬영한 스냅샷과 인물사진 시리즈이다. 이 사진들은 2016년에 사진집 『TOKYO CIRCULATION』으로 출간되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거리의 사람들의 강렬한 존재감이, 치밀하고 깊이 있는 흑백사진 속에 포착되어 있다.
하야시 나츠미는 2011년 1월 1일부터 자신의 웹사이트에 「오늘의 부유(浮遊)」라는 제목의 작품을 일기 형식으로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다양한 장소에서 점프하는 소녀의 모습을 마치 공중에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포착한 시리즈였다. 「오늘의 부유」는 일본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어, 2012년에는 사진집으로도 간행된다. 적확한 포즈를 얻기 위해 때로는 100~200번씩 점프하는 등, 말 그대로 몸 전체를 쓰는 행위가 계속됨으로써, 익숙하던 도쿄의 풍경이, 기적과도 같은 반짝임을 갖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다이후 모토유키와 고바야시 켄타는 보다 젊은 세대의 사진가들이다.
다이후는 자기 가족의 일상을 가까운 거리에서 생생하게 촬영한 「Project Family」(2013년)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출품한 「Still Life」(2014년)에서는 테이블 위에 흩어져 있는 컬러풀하고 키치한 식품이나 도구류 등을 위에서 스캔하듯 촬영하여, 마치 복잡한 도쿄의 축소판처럼 보이게 하였다.
1992년생인 고바야시 켄타에게 현실세계는 움직이기 힘든 단단한 구조를 가진 것이 아니라, 표층적이고 변화 가능한 이미지에 의해 조립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아닐까. 포토샵으로 가공하거나, 비디오 작품으로 재편집한 이미지는, 그가 피부 감각으로 포착한 도쿄의 단편이자 처음부터 디지털 툴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신세대 「사진가」의 출현을 생생하게 알리고 있다.
1930~40년대 사진가들의 작품은 현재 도쿄의 기본적인 형태가 형성되던 시기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가들은 사진의 표현력을 활용하여, 전통과 모던이 공존하여 활기 넘치는 도시 공간의 이미지를 정착시키고자 하였다.
한편, 도쿄는 2010년대 이후 더욱 유동화되고 있는 사회 정세를 받아들이면서, 2020년의 올림픽을 계기로 한층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가들은 또한, 급속한 디지털화가 가져온 사진 표현의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강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두 시대의 「도쿄 사진」을 조합함으로써, 도쿄의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이 더욱 또렷이 드러나게 될 것을 기대해본다.

■ 전시 개요

● 일정 : 2025. 12. 05 – 2026. 01. 17
● 관람시간 : 매주 월요일 ~ 토요일 10:00 ~ 18:00 (일요일 및 국정 공휴일 휴관)
● 주소: 대구시 북구 대학로 80 경북대학교 북문 IM뱅크문화센터 2층, 경북대학교미술관(건물번호 102)
● 문의메일 : kn********@**um.net
● 문의전화 : 053-950-7968
● 홈페이지 : https://artmuseum.knu.ac.kr/
● 주최 : 경북대학교미술관, 일본국제교류기금

* 자료제공: 경북대학교미술관

■ 공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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