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좀 더 엄밀히 얘기하면 그냥 사람보다도 동물을 좋아했다.
동물과 곤충, 식물들 이런 것들을 좋아해서 학교 들어가기 전 어릴 때도 누나들은 학교에 가고 엄마는 집안일을 하시는 동안, 나는 마당에 나가 나뭇가지 같은 걸로 흙바닥에 각종 동물들을 그리곤 했다(그 흙바닥이 있는 집은 우리 가족이 세 들어 사는 집이었는데 내가 7살이 되던 해쯤엔가 시멘트로 포장이 되었다.) 학창 시절에도 다른 아이들은 사람을 그리거나 할 때 나는 주로 동물을 그렸었다.
아내는 수채화를 바탕으로 하는 그림책 작가이다. 그리고 언제나 동식물과 바람과 자연을 좋아했다. 우리는 부산 북구청과 협의하여 함께 생태 그림책을 펴내기로 했고 너무나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라 많은 시간을 들여 조사와 취재를 거쳐 부부가 함께 생태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다. 나는 어려서 부산 북구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고 어린 시절 북구의 낙동강 구포나루에서 배를 탔던 기억이며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그리고 장인 장모님이 기억하시는 낙동강 주변의 자연과 당시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생태와 북구 낙동강 주변의 이야기들이 있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책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림책은 그렇게 부산 북구의 낙동강을 배경으로 만들어지게 되었고 낙동강과 그 지류들에 사는 동식물들이 우리 책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작년에는 1편에 해당하는 조류 편을 발간하게 되었고 올해는 곤충과 어류, 양서류와 파충류, 포유류 등 나머지 동물들과 식물들에 대한 생태 그림책을 이어서 낼 예정이다.
책을 내기 위한 사전 단계에서 화명 생태공원, 대천천 생태공원, 을숙도 등의 생태공원과 낙동강과 그 지류들에 직접 가서 조사와 취재를 했었고 많은 동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계절에 따라 직접 눈으로 보았다. 많은 곳들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생태 환경과는 거리가 먼 인간 위주의 편의 시설들로 개발되어 있었고 동식물들의 삶의 터전은 위협받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위험한 삶을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고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소중한 것들을 되돌아보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공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는 더욱더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도 우리 부부는 계속해서 우리가 좋아하는 동식물들과 그들의 생태, 자연에 대한 그림과 책들을 만들고,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예술 활동들을 해나가려 하고 있다.
이번 전시, ‘새들처럼’은 그림책을 만들면서 생각했던 이런 내용들을 조금 더 시각적으로 확장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아름다운 것을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이 멀리 있을 때 아름답고 최소한의 개입으로 공존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자연과 예술을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로서 우리 부부는 이번 전시에서 “자연은 멀리서, 예술은 가까이서” 보기를 권하며 소중하게 여겨야 할 생명들을 생각하고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을 함께 꿈꾸고 있다.
홍철영
_ 작가, 문화계술 기획자,
_ 공연, 축제/이벤트, 프로모션 기획 연출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홍보대행사를 다니다가 북유럽을 거쳐 북극권의 그린란드로 혼자 탐험을 떠났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학창 시절,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도 치면서 다양한 문화예술 방면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초창기 스페셜이벤트를 담당했었고 이후에는 영화음악 프로덕션에서 영화음악 OST 제작 A&R 프로듀서로 일했으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음악 프로그램과 이벤트, 개/폐막식 기획과 연출을 했었다. 독립영화 프로듀서를 하기도 했으며, 여행과 음악 등 문화 각 분야 칼럼을 잡지에 실으며 기고가로서도 활동했었다.
현재는 달뚜기 예술기획 공동대표이자 문화예술 기획자로 일하고 있으며 그림책 글 작가로 생태 그림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생태와 환경, 예술을 통한 지역 아카이빙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수달이(안희정)
_ 그림책 작가
_ 문화예술 기획자
수달이라는 작가명으로 회화와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림책 작업은 주로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기억의 파편 한 구석에서 시작되었다.
동생들을 피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던 어린 시절, 부엌의 작은 다락방에서의 기억은 <엄마의 비밀의 방>이라는 그림책이 되었고 그 작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그림책 작가 활동을 하게 되었다.
사라져 가고 잊히는 기억의 한 부분에서 영감을 얻어 세계관을 넓혀가는 작업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요즘은 지인들과 나선 산책길에서 생긴 일과 거기서 함께 나눈 이야기를 소재로 <산책길 따라서>라는 작품을 기획하고 있다.
그림책, <낙동강 감동포구의 생명 - 조류 편>은 도시와 함께 공생하는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출판한 것이며, 이번 전시는 생명체처럼 세월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도시와 그 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그림책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만들어 보았다.